순    례    자          
           (  pilgrim      巡  禮  者  )

 

 

 시작하는 기도 - 빛을 준비하는 라엘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그의 모포 위를 지나고, 이윽고 그의 눈가에까지 올라와 눈꺼풀 위로 오늘도 어두운 밤이 지났음을 알렸을 때야 비로소 그는 아침이 왔음을 깨달았다.
  “아아하아으음.”
  팔을 하늘을 향해 쭉 뻗으며 기지개를 편 그는 반쯤 감긴 눈 그대로 고개를 자우로 몇 번 흔들었다. 그리고 그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문 밖의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그의 눈에 가득 찬다. 몸도 여느 때보다 가볍다. ‘오늘은 맘에 드는 아침이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의 기분도 괜히 한껏 좋아졌다. 분명, 그 파아란 하늘만 보이는 창문 밖에서 조용히 들려오는 기도문을 듣기 전까지는 그랬다.
  『자애로우신 빛과 회복의 라엘이시여. 오늘도…』
  그는 번개라도 맞은 양 잠시 그대로 창문을 바라본 체 멈춰버렸다. 이런, 분명히 미사 종소리를 못 들었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난 그는 잠옷을 얼른 벗어 던지고 흰색의 단조로운 위아래 옷을 허겁지겁 입기 시작했다. 흰색의 작은 로브를 착용하는 데까지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옷을 다 갈아입은 그는 책상 위에 있는 라엘의 경을 집어 들고는 그의 방을 재빠르게 뛰쳐나오면서 생각했다.
  가만, 오늘 설교자가 누구였지?

 

  “…그렇기 때문에 항상 낮은 자들은 각각의 그 삶 속에서 더 밝고 즐겁게 살되, 그곳에서 주어진 의무와 책임들은 온 힘을 다해 지켜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작지만 근엄한 목소리로 라엘 신전의 성단에서 은혜로운 설교가 마무리로 넘어갈 때쯤, 오늘의 설교자, 흰 머리 노인 파브르의 눈에 저 멀리 있어도 한눈에 잘 보이는 경배당 입구가 조용히 열리는 모습이 보였다. 파브르의 한쪽 입고리가 살짝 올라가는 모습을 어쩌면 성단과 가까운 곳에 앉아 있었던 신자들은 보았을지 모르겠다.
  “…우리 하이드 수련사들의 삶이, 속세를 등진 루니카 수도사들의 삶보다 외형적인 제약은 훨씬 덜 할지라도, 음, 분명히-예, 그렇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분.명.히입니다- 라엘께서는 수련사들에게도 똑같이 수도사들처럼 기본적인 미사에 늦지 말 것을 바라신다는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루 수련사?”
  조용히 경배당 문을 열고 들어오던 마루는, 방금 막 경배당의 오른편 맨 뒤에서 세 번째 줄의 긴 의자에 앉으려 할 때 불린 자신의 이름에 힘이 빠져 고개를 푹 숙이고 스러지듯 앉았다. 마루는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힘없이 대답했다.
  “라엘의 빛으로 맹세코, 그렇습니다.”
  이미 진작 먼저 와서 왼편 앞줄부터 채워 앉아 설교자의 설교를 경청하고 있었을 수련사들의 자리 쪽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마루의 귀까지 들려왔다. 이제는 누구나 볼 수 있게끔 보다 한껏 더 올라간 설교자의 미소를 보며 마루는 살짝 한숨을 쉬었다.
  하필 설교자가 파브르 감독님이시라니.
  파브르 감독은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순례 여정 때문에 심장이 벌렁 벌렁 거려서 잠도 잘 안 오고하는 것, 이 낮은 자도 겪었으니 다 이해하지요. 아마 여기 계신 신자 분들이라도 다 그 심정을 경험하진 않겠지만 이해는 하실 겁니다. 하지만,”
  그의 눈이 살짝 떠졌다. 그리고 계속해서 말했다.
  “일주일에 한 번인 미사만큼은 늦지 않게 와야지 우리 후배 수련사들도 보고 많은 것을 배우지 않겠습니까, 마루 수련사?”
  소리 죽여 조용히 웃던 수련사들의 웃음소리가 조금 더 커진 것을 느낀 마루는 좀 더 고개를 떨어뜨려 두 손에 쥐어있는 애꿎은 라엘의 경만 바라보았고, 이에 충분한 만족감을 느낀 파브르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낮은 자는 마루 수련사를 언급하며 이야기 했지만, 비단 마루 수련사에게만 하는 말이 아님을 여러분들도 이미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이후 계속되는 설교와 미사 순서들까지, 마루에게는 왠지 평소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시간들이었다.

 

  경배당을 나오면서, 수련사 가르시아는 질렸다는 듯 마루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야, 마루, 너 대단하더라? 어떻게 순례 여정 떠나기 전 마지막 주까지 미사에 늦을 수 있냐?”
  “아냐. 난 분명히 잠도 일찍 잤어. 감독님 말씀처럼 막 설레어서 잠 설치고 한 것도 아니라고. 꼭 미사 종소리 들으면 일어나야겠다고 마음도 먹었는데… 오늘 종 친 거 확실해? 이상하네…”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는 마루를 보며 가르시아는 웃었다.
  “이상하긴 뭐가 이상하냐. 네가 못들은 거지, 뭐. 여하튼 오늘도 덕분에 졸리지 않은 미사가 되어서 참 고맙게 생각한다. 하하하”
  “아아, 좋은 뜻으로 받아들일게.”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네 자유지만.”
  언제나처럼 별 의미 없는 대화들을 주고받으며 수련원으로 돌아가는 길에, 뒤에서 마루를 부르는 한 익숙한 목소리가 그들에게 들렸다.
  “마루 수련사! 낮은 자와 이야기 좀 하지.”
  굳이 뒤를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아는 그들의 발걸음은 급작스레 지금까지보다 조금 빨라졌다. 물론 그들의 그런 노력과는 상관없이 뒤에서 마루를 부르는 목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또 어느덧 그 소리의 톤이 조금 더 높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어이! 지금 낮은 자를 피하는 건가? 거기 못서겠나?”
  아까부터 마루와 함께 발걸음 속도를 조금씩 높이던 가르시아는 마루를 부르던 목소리가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될 즈음 그의 친구를 보며 난처한 듯 어깨를 들썩이고는,
  “아, 마루! 잊고 있었는데… 나 이만 라엘의 경 공부시간이 되어서 가봐야 할 것 같은데…?”
  하며 옆으로 스윽 빠져 다른 길로 가버렸다. 마루는 뭐라 말할 틈도 없이 벌써 다른 방향으로 사라져버리는 자신의 친구를 향해, 신전 안에서는 결코 말할 수 없는, 라엘께서 싫어하실 만한 서너 가지의 마을을 마음속으로 내뱉었다.
  그렇게 상황이 점점 더 불리해지자 마루는 아예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조금 뒤, 이제는 좇는 사람이나 좇기는 사람이나 그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있었다. 곧 뒤쪽에서 협상을 제의하는 목소리가 힘겹게 들려왔다.
  “마루 수련사! 허억, 지금 당장 거기 서지 않으면, 후악, 순례 여정에 들어가기에 앞서, 후아악, 천국과 지옥을 차례대로 보여주겠네! 허억허억, 거기 서게나! 후욱, 지금 거기 서면 천국만 보여주지!”
  …어느 쪽이든 무섭기는 마찬가지다. 마루는 계속 달리면서, 하지만 결코 뒤는 돌아보지 않으면서 대답했다.
  “전 신학과정은 다 끝났다고요! 헉헉, 제가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하악, 신성마법은 더 배울 필요가 없다, 허억, 니까요! 후욱, 더 늘지도 않는다는 거, 허어헉, 잘 아시잖아요!”
  “그건 자네 생각, 헉허억, 이라니까! 헉헉, 순례 여정 떠나기 전날까지도 열심히 연습해야하는 게 바로 신성마법, 헉헉, 이라네! 진짜 순례 여정 때는, 하악, 회복계 마법 한 개 한 개가 아쉽다고, 허억허억, 얼마나 이야기해야 알아듣겠나!”
  “그거야 말로, 헉, 레스 사제님 생각이라니까요! 허억, 무슨 2차 제국전쟁 때도 아니고!”
  신전 안의 수많은 수련사들과 사제들, 그리고 신자들에게 달리면서 고래고래 소릴 지르며 대화하는 이상한 구경거리를 제공하던 그들은 그렇게 수십 분의 해프닝 끝에 결국 마루의 귀가 레스 사제의 손에 잡혀 신성마법실로 끌려가면서 그 막을 내리게 되었다.


※ ※ ※ ※ ※ ※ ※


  카이사린의 대신전.
  그 명성에 걸맞게 수많은 사람들이 대신전의 경배당에서 계단을 밟으며 내려오고 있었다. 부모의 손을 맞잡고 깡충깡충 뛰며 내려오는 어린아이들부터 머리색이 하얘지고 걸음도 약간은 불편해 보이는 노파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는 큰 무리였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같이 밝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느 때보다도 그들은 더더욱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라엘의 은총이 각 사람들의 마음속에 가득하게 찬 것임에 틀림없다.
  그 꽤나 길게 내려오는 사람들의 행렬 중에는 물론 이곳, 카이사린 대신전에서 각각의 능력에 맞게 분배된 직분을 수행하는 흰 로브를 두른 사제들의 무리도 있었다. 그 중 몇몇 사제들은 서로 조금 전 들었던 설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과연 제국 전쟁을 이렇게 해석하시다니… 그 분의 지혜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신 것 같군.”
  “그러게 말일세. 여기까지 와서 직접 그 분의 설교를 들었던 타지방 사람들도 그 들였던 시간들을 결코 아까워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네. 아니, 그 시간들로 인해 이미 축복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까지 드는군.”
  “자네도 보았나? 루인의 대주교님께서 그렇게 감동하시는 걸 낮은 자는 처음 보았다네.”
  “허허. 그렇다면 말 다했지. 그분조차 감동시키시다니… 아니, 당연한 건가.”
  “그러니까 거룩한 대지에 계신 분 아니겠나. 루인의 대주교님의 지혜보다도 더 높은 경지의 지혜가 있다는 사실을 직접 대면하니 이 낮은 자가 한없이 낮아지는군.”
  이들은 그 마음속에 한없는 경외심을 품고 있었다. 그 경외심의 대상은, 같은 인간이고 같은 신을 섬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들은 결코 가질 수 없는 그 무언가를 갖고 있는 것만 같았다.
  비록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들과 함께 걸으며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세실 역시 이러한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 사실, 오히려, 세실은 그 누구보다도 더 놀랐다. 그는 그 긴 계단을 사제들의 무리와 함께 내려오면서 내내 오늘 들었던 설교내용만 회상하고 있었다.
  포온 제국의 전쟁이 라엘의 뜻이라니.
  분명 여태까지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이야기였지만, 오늘 그 분의 설교를 들은 세실의 생각은 벌써 많이 달라져 버렸다. 제국도 케미크도, 그리고, 라엘께서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제까지 그가 보고 말았던 슬픈 흔적들을 회상하며 품었던 수많은 감정들이 공허해짐을 느끼고 있었다.
  슬픈 일이다. 오, 라파에레스크. 란세롯. 카세리니아. 카스피. 시즐. 그 외, 이젠 그 이름조차도 남겨져 있지 않은… 비극의 마을들이여.
  놀라운 가르침에 후련함뿐 아니라 비참함, 공허함 또한 함께 느끼며, 세실은 사제의 무리에 섞여 자신의 방으로 조용히 돌아가고 있었다. 바로 그 때였다.
  “에드먼드, 맞으십니까?”
  세실은 골똘히 생각하고 있던 자신의 몇 보 앞에 어느 샌가 검은색 옷에 희고 긴 망토를 두르고 목에는 푸른 목걸이를 하고 있는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세실은 곧 그 푸른 목걸이가 라엘의 성기사 표식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그 발걸음을 멈추어 대답했다.
  “예, 낮은 자가 에드먼드 프라안입니다만.”
  “제대로 찾았군요. 케미크의 대신전이라 사제님들이 많아서 찾을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꽤나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케미크 왕국에서는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를 가진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세실은 미소 지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빙긋 웃으며 기사는 계속 말을 이었다.
  “사실 제국에서는 검은 머리나 검은 눈동자를 많이 찾아볼 수 있지요. 대체로 칸의 자손들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기사의 말이 조금 길어지려고 하자, 세실은 조금 난처한 듯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저, 낮은 자가 지금 좀 생각할 거리가 많…”
  그제야 기사는 세실을 찾아 온 자신의 원래 목적을 떠올리고 헛기침을 몇 번하며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헛, 아흠, 흠. 예, 낮은 자가 잠시 다른 이야기로 빠졌군요. 죄송합니다. 사실 낮은 자가 당신을 찾은 건 중요한 말씀을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예, 그렇다면 이제 그 중요한 말씀을 들어도 되겠습니까?”
  미소 띤 세실의 질문에 넉살 좋은 그 기사는 주위를 약간 의식하며 조용히 대답했다.
  “성하께서 세실 에드먼드 프라안 사제를 찾으십니다.”
  기사의 말을 들은 세실의 미소가 살짝 굳었다.
  “성하께서 낮은 자를, 말씀이십니까?”
  놀라는, 그런 세실의 모습을 바라보던 기사는 웃으며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카이사린 대신전의 치유사제, 세실 에드먼드 프라안 사제. 빛과 회복의 라엘 교황 성하께서 찾으십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낮은 자같이 낮은 자를 성하 같으신 분이 왜…”
  세실은 놀라서 조용히 혼잣말을 하다가 다시 기사에게 물었다.
  “혹시 기사께서는 성하께서 낮은 자를 찾으시는 이유를 알고계십니까?”
  기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글쎄요. 성하께서 누군가를 부르시는 이유를 낮은 자 같이 낮은 자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그저 낮은 자의 임무는 성하의 명을 받아 모시고 오는 것입니다. 낮은 자에게 더 많은 말씀은 하지 않으셨습니다. 직접 사제께 하실 말씀이 있으신 듯합니다.”
  세실은 놀란 마음을 여전히 드러내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낮은 자는 지금 정말 놀랐습니다. 성하께서 낮은 자를 찾으시는 것도 그렇지만, 낮은 자의 이름까지 알고 계시는 것부터 이미 낮은 자에겐 너무 놀라운 일입니다. 마치 유명인이라도 된 느낌이군요. 아니, 성하께서는 혹시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의 이름을 알고 계신 겁니까? 그거라면 가능성이 있겠군요.”
  기사의 얼굴에 웃음이 커졌다.
  “하하하. 맙소사, 유머를 아시는 분이시군요. 성하께서도 인간이십니다. 결코 그럴 리가 없다는 것, 잘 아실 텐데요. 사실은 말입니다,”
  기사는 약간 고개를 숙여 입을 세실의 귀에 가까이 대고 조금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낮은 자도 다른 건 잘 모릅니다만… 거룩한 대지에서, 그것도 성하의 가까운 주변인들에게는 더욱더, 당신이 유명인임은 확실한 사실이지요.”
  “예?”
  “단언컨대, 라엘의 빛으로 맹세코, 거룩한 대지에서 당신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예에? 무슨 말씀이신…”
  기사는 ‘아차차’하며 머리를 딱 치고는 말했다.
  “또 낮은 자가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버리고 있었군요. 성하께서 많이 기다리시겠습니다. 지금 아마 대주교실에서 카이사린의 대주교님과 말씀 나누시고 계실 겁니다. 벌써 많이 늦었군요. 죄송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나중에 또 하도록 합시다. 자, 그럼 따라오시지요.”
  기사는 말을 마치자마자 벌써 먼저 앞장서서 대주교실을 향해 걸음을 때었다. 갑작스러운 이 상황에 당황한 세실은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이 머리를 갸웃거렸지만 그의 발걸음은 어느새 그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

 

  사방이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는 제법 넓은 방 안 한 가운데에는 직사각형의 탁자가 놓여있다. 그 탁자의 주위를 둘러 앉아있는 사람들은 흰머리만 무성한 세 명의 노인들이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라엘 교단을 움직이는 가장 핵심적인 인물들이다. 그런 그들이 지금 이 자리에 모여 나누는 이야기는 최근에 거룩한 대지에서 가장 관심사로 떠오르는 한 인물에 관한 것이었다.
  “카세리니아, 아니지, 지금은 리켈인가. 그곳에서의 사역이 시작이었지?”
  “예, 성하. 그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신성마법으로 나병까지 치료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낮은 자는 진짜 에드먼드 라에린 사도가 다시 환생한 줄 알았습니다.”
  “낮은 자 또한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히 나병은 라엘께서 내리신 저주라고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까?”
  “라엘께서는 저주를 내리시는 신이 아니라네. 어떠한 질병이든 고치시는 신이신 것이지. 온전한 빛에는 어둠이 조금도 간섭할 수 없는 이치라고 할 수 있네.”
  “과연. 낮은 자의 믿음이 적은 탓입니다. 세속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낮은 자에게도 있었습니다.”
  “그 수련사의 행적이 무지하고 믿음이 적었던 낮은 자들에게 새로운 믿음과 깨우침을 준 것이지요. 라엘께 감사드리며. 서품명이 에드먼드…라고 하셨습니까, 성하?”
  “그렇다네. 세실 에드먼드 프라안 사제이지. 지극히 낮은 자가 마침 구별된 기사 중 한 명을 통해 이리로 불러 달라 부탁했네. 카이사린 대주교께서는 그 자를 잘 알지 않으신가?”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성하. 사실 그가 여기서 신성마법을 교육받을 때 이미 카이사린에서는 엄청난 치유사가 될 거라고 소문이 자자했지요. 물론 낮은 자조차 그 자가 나병환자를 치유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말입니다.”
  “그랬군. 어쨌건 여기에 모인 이 낮은 자들이 훨씬 더 주목해야할 것은 한 사제의 그런 비법한 능력이 아니라 한 사제에게 그런 능력을 입히신 라엘께서 이제부터 행하실 역사라고 말할 수 있네.”
  “그렇습니다, 성하.”  “그렇지요, 성하.”
  그 때였다. 문 저편에서 노크소리와 함께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실 에드먼드 프라안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세 명의 노인 중 성하라고 불렸던, 탁자의 가운데에 앉은 노인이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들어오시게.”
  다른 두 노인의 시선도 그 문 쪽으로 자연스레 향했다. 끼익 하는 나무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단정함을 잘 유지하고 있는 검은 머리와 매우 깊어 보이는 검은 눈동자가 눈에 띄는 건장한 청년이었다. 눈매가 부드러웠지만 한쪽 눈의 시력이 나빠서인지 오른쪽 눈에 착용하고 있는 작은 외안경 때문에 그 매력이 조금 감추어진 듯 보였다. 그의 오른손에는 라엘의 경이 쥐어져 있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고개를 깊게 숙여 지극히 낮은 자에게 대한 예를 표했다.
  “빛과 회복의 큰 은혜가 지극히 낮은 자에게 먼저 임하기를 원합니다.”
  곧 지극히 낮은 자, 성하라고도 불리는 그 노인도 그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라엘께서 지극히 낮은 자에게 은혜를 구한 이 낮고도 낮은 자를 특별히 기억하소서.”
  간이예식을 마친 세실은 조금 고개를 들어 자신을 축복하고 밝게 웃는 그 노인을 바라보았다. 세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 낮은 자를 찾으셨습니까?”
  “그렇다네. 괜찮다면 여기 앉아서 같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시간이 어떠신가?”
  “괜찮습니다. 오히려, 성하께서 직접 불러주셨으니 만사를 제쳐두고라도 왔을 것입니다.”
  빛과 회복의 라엘 교황은 서있는 세실을 자리에 앉혔고 그도 그의 자리에 다시 앉았다. 아까부터 세실을 쭉 지켜보던 루인의 대주교도 웃으며 말했다.
  “용모가 참 단정하고 좋은 청년이군요.”
  자신을 향한 칭찬에 세실이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였다.
  “낮은 자에게는 과분한 칭찬이십니다, 루인 대주교님.”
  카이사린의 대주교 역시 그를 바라보며 그의 겸손한 태도에 미소 짓고는 다시 라엘 교황을 바라보았다. 루인의 대주교도, 고개를 숙였던 세실도 다시 라엘 교황을 바라보았다.
  라엘 교황은 이제 이야기에 필요한 사람들이 다 모였기에 슬슬 이야기를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라엘의 빛으로 맹세코, 지금부터 여기에 모인 이 낮은 자들께서 듣게 될 이야기는 라엘께서 지극히 낮은 자에게 직접 말씀하신 것들이라네. 라엘의 경과 라엘의 목걸이를 통해서 재차 확인된 확실한 그분의 뜻이지.”


※ ※ ※ ※ ※ ※ ※


  역시나 기대대로, 상당히 부진한 실력을 보여주는 마루를 보며 레스는 한숨을 쉬었다.
  당장 오는 성일 전날이 순례 여정 출발일인데 이대로 괜찮을까. 이 녀석이 분명할 텐데. 라엘께서도 무심하시지, 어째서 이런 녀석을.
  이미 며칠 전부터 많은 생각을 해본 그는 결국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결심을 하고서 그의 목에서 그가 차고 있던 것을 벗었다.
  원체 신성력 운용을 어려워하는 마루가 오늘 하루에만 벌써 수십 번의 신성력을 운용했으니 피곤한 것도 당연하다. 기진맥진해서 탁자에 엎드려 있던 그는 멀뚱멀뚱 레스가 하는 행동을 보고 있었다. 레스의 손에 들린 것은 자신의 목에서 막 풀어낸 조그마한 목걸이였다. 레스가 마루에게 다가와 그 목걸이를 건네어주며 말했다.
  “라엘의 목걸이라고 불리는 물건이지. 마루 수련사같이 신성마법의 능력이 아주 부진한 자들을 위한 라엘의 특별한 은총이라고나 할까. 그저 이 낮은 자에겐 마루 수련사를 위한 맞춤형 물건이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 마루 수련사의 순례 여정 동안에만 잠시 빌려주기로 했네. 절대, 어떤 일과 무슨 일이 동시에 일어나도, 라엘의 빛에 맹세코, 타인에게 양도 금지라는 조건 하에서.”
  마루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레스를 바라보았다. 레스가 손을 더 들이밀어 재촉했다.
  “안 받고 뭐하나?”
  재촉하는 레스의 태도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단 목걸이를 받아들었다. 마루는 받아 든 목걸이를 이리저리 살피면서 말했다.
  “…어쨌든 좋은 물건인거 같은데,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 거 맞죠?”
  레스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면서 그의 목과 이마 쪽에 핏줄이 섰다.
  “당연히 감사해야지! 이 목걸이로 말하자면 웨스에서 몇 개 없는 귀한 성물인데, 이걸 차고 있으면 자네의 그 가장 간단한 회복마법 몇 번 쓰기에도 부족한 신성력의 운용에 조금 더 보탬이 될 걸세.”
  “예? 아, 예.”
  자신의 말에 대충대충 대답하는 마루를 보자 레스는 마음속으로 라엘의 이름을 부르며 이를 꼭 깨문 체 화를 삭였다. 그런 레스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루는 아무런 감흥없이 좀 더 목걸이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목에 채웠다. 그리고는 손으로 다시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흠, 그런데 이거, 디자인이 별로인데…”
  오 맙소사, 라엘이여. 낮은 자를 한번만 더 용서해 주소서!
  조용하고 빠르게 기도를 드리는 것과 동시에 레스는 그의 오른팔에 신성력을 집중시켰다. 순식간에 레스의 오른팔이 하얀 빛으로 덮였다. 마루는 그제야 생명의 위협을 느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요 근래 들어 라엘의 축복이 마루 수련사에겐 좀 부족했던 것 같군. 라엘의 축복 좀 받게나. 에잇!”
  팍하는 청아한 소리와 함께 마루의 뒤통수가 화끈 달아올랐다. 그리고는 곧바로 그에게 말 못할 고통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이 폭력 사제!”

 

  마루가 쓸 데 없이 한 마디 더 붙였다가 호되게 몇 대 더 얻어맞고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는 벌써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른 밤이었다. 마루는 피곤했는지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책상에 라엘의 경을 놓고 그대로 침상에 엎드러졌다.
  “아야얏.”
  목에 목걸이가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던 마루는 거치적거리는 목걸이를 풀어서 하늘을 향해 높이 들어올렸다.
  이렇게 챙겨주시다니, 그래도 고마우신 분이야.
  라엘의 목걸이라는 걸 챙겨준 레스 사제에게 늘 대했던 것처럼 장난스럽고 퉁명스럽게 대했지만 사실 그는 마루에게 언제나 고마운 존재였다. 아플 때나 도움이 필요할 때 고아였던 그를 -비록 다소 과격했지만-사랑으로 대해주곤 했던 -다소 과격한-어머니 같은 존재인 것이다.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늘 레스 사제의 목에 걸려있던, 상징과 같은 그 목걸이를 갑작스럽지만 막상 받고나니 이젠 정말 하이드를 떠난다는 것을 실감하는 마루였다.
  순례 여정. 이젠 라엘 교단에서 밖에 찾아볼 수 없는, 아주 오랜 고대로부터 존재해온 체험적인 신학 공부. 그래, 이제 이 여정만 끝나면 나도 라엘의 빛을 전하는 또 한 명의 낮은 자가 되는 거야.
  2년 전 어느 날, 한 명의 순례자를 보며 이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던 마루는 다시 한 번 그날을 떠올리며, 그리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으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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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입니다. 군대 안에서 쓴 글을 내 컴퓨터로 옮기고 올립니다.

재미있을지 없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최대한 재밌게 쓰려고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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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ii
  어느덧 5월 말이 되었다. 작년 12월 말에 첫번째 휴가를 나오고 만 5개월 만의 일이다.

  밖은 변한게 거의 없었다. 23일 나와서 24일 의령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고 포항에 가서 참 많은 사람들과 만남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23일 서거하신 노 전 대통령님의 이야기와 요즘 혼란스런 학교의 일들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공통적인 것은 힘든 학기 생활 이야기.

  병철이 형, 준익이, 재경이 형, 석윤이 형, 식이 형, 정지윤이, 신지윤이, 완이, 성호 간사님, 준이 형, 가민이, 명환이, 채영이, 광희, 마누엘, 민기, 혜근이 형, 준섭이 형, 김인중 교수님, 조원철 교수님, 지윤이 누나, 정아, 승기, 신홍이, 혜진이, 세영이, 은예, 유리, 찬영이 형, 성범이 형, 성진이 형, 바울이, 은혜, 미영이, 성은이 누나, 주완이 형, 지영이, 효진 누나, 란희 누나, 단이, 정수 형, 효찬이 형, 성민이 형, 정현 누나...등등... 더있나? 흠... 이정도를 대충 만났다. 개중에는 진짜 얼굴만 보고 인사만 한 사람도 있고, 깊은 대화를 나눈 사람도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본것같다.

  또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많은 '소리'들을 들었다. 분별해야할 것들도 많다. 감정적으로 동요되는 것들도 있다. 말씀으로 분별하고 잘 정리하자. 집에서 있을 남은 시간동안 여기다 글 남기면서 생각들을 정리해봐야겠다.

  오늘 저녁에 Rom과 오랜만에 통화했다. 많은 이야기들을 했다.

  이렇게 두서없이 휘갈겨 놨으니 나중에 차차 정리해봐야겠다...
Posted by Neii
  첫 외박을 나왔다.

  신병위로외박을 나갔다 오고 한달만에 밖에 나왔다. 확실히 부대안보다는 편한게 사실이다. 부대안에 아주 답답하고 그럴때 한번씩 이렇게라도 외박 나올수있으면 참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에너지 충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선임 한명, 동기 두명, 총 나 포함해서 4명이 나와서 모텔 잡고 PC방 갔다. 간만에 이런저런 게임들도 좀하고나니 시간이 금방흘러가 밥 때가 되었다. 나와서 군장점 잠시 들려서 일병 오버로크치고, 전투모도 사고. 점심으로 피자를 라지로 두판 시켜먹었다. 그리고는 다시 PC방...

  생각보다 나오니까 할게 별로 없다. 그저 좋은게 있다면 하루 이틀동안 많이 구속받지 않는다는 것 정도. 그래도 휴식이 되기에는 충분하다.

  이런 저런 이야기 파편같은 것들을 마구 늘여놓고싶다. 역시 군대라 그런지 확실히 글을 많이, 자주 쓰기 어려운 것 같다. 사실, 입대하고 통신학교에서 산 (이미 다 써버린) 수첩엔 제법 생각해 볼만한 글, 오랫동안 생각한 글, 혹은 스쳐지나가는 생각을 정리한 글 등ㅡ 원석같은 글들이 있지만 이리로 옮겨 쓰기가 참 어렵다. 컴퓨터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고... 그런 것들을 옮겨쓰기에 시간이 아까운 감도 없잖아 있다. 내 생각들 정리하는 시간보다 좀더 세상의 소식을 접하기를 원하는 마음이 큰 것이다.

또 무얼 적을까.

참. 요즘 Rom이랑 연락을 조금 못했다. 무슨 일이 있는건가... 걱정된다.

동생은 이제 야간행군 훈련만 남았다고 들었는데... 잘하겠지.

그냥 대충 생각나는데로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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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ii
2008년 12월 27일 ~ 12월 31일.

입대 후 첫 휴가를 나왔다. 신병위로외박(휴가).

버스를 8시간을 타서야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에서 경남 의령군 의령읍으로 올 수 있었다. 부대에서 홍천을 지나 대구를 거쳐 의령까지... 꽤나 오랜 길이었다. 하지만 첫 휴가라는 생각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부모님께 멋있게 인사드릴 것 등을 생각하며 수시간을 수분같이 느꼈던 것 같다. 몸은 피곤해도 정신만큼은 말짱하다.

나와서 해야할 것을 내 노트에 한 달 정도 전부터 적어왔었다. 부대에 들고 가야할 것도 제법된다.

이제 시작된 첫 휴가. 낭비하는 시간들 없이... 후회하지 않도록 이 시간들을 사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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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ii
  시계가 8월 10일 오전 1시 38분임을 알리고 있다.

  [입영일시: 2008년 08월 11일 13:30] 이라고 적힌 입영통지서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든다. 나는 또래의 애들보다 좀 늦게 가는 편이다. 보통 친구들은 1학년 마치고 많이 갔으니, 꺽인 상병 아니면 병장인 것이다. 그런 녀석들을 보면서 녀석들 많이 고생했겠구나 생각이 든다.

  원래 1학년 마치고 바로 갈 생각이었는데 방위산업체로 갈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뒤로 미뤘다. 그리고 2학년 마칠 때까지 그렇게만 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2학년 마친 겨울방학 어느 날, 3일 정도의 짧은 생각 끝에 갑작스레 8월 11일 육군훈련소(논산)로 현역 입대를 신청하게 됐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3학년 1학기가 되었어야 할 그 학기를 쉬면서 선교 훈련을 너무 받고 싶었고 예전에 함께하던 공동체 사람들 역시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또한 현역은 방위산업체의 TO가 참 없다는 소식도 들었다. 흠, 아, 그리고, 가장 빨리 갔다가 올 수 있는 것이 평범한 현역인 것도 한 몫을 했다. 여튼 이런 여러 복합적이지만 치명적이게 중요하지도 않은, 그런 이유들로 이런 충동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난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해 후회를 해본적이 거의 없다. 이 선택 역시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지금 기분을 말하자면, 어렸을 때 그렇게 많이 했던, 이사를 하는 기분이다. 그래, 그렇다. 2년반이 다될동안 익숙해지다 못해 좀 따분해진 한동을 이제 잠시 벗어나, 다시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것이다. 조금 설레인다. 기대된다. 뭐, 물론 힘들꺼라는 말에 조금 걱정도 된다.(역시, 코고는 것 막는 수술을 했어야 했나...ㅋㅋ)
 
  하지만 여호수아 1:9 말씀 붙잡고 있는 나에게 그런 것은 조금도 걸림돌이 없다. 하하!

  자, 좋다. 뭐든 와라.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든 그랬던 것처럼, 나도 보란듯이 전역해보이겠다. 그리고 좀 더 다듬어진 사람이 되겠다. 좀 더 하나님 말씀에 민감한 사람이 되겠다. 좀 더 인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좀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좀 더... 예수님 닮은 사람이 되겠다!



  하늘소망을 품고있는 어린아이,

  하나님께서 '주인'되심과
  내가 하나님의 '종'됨이 무엇인지 배워가고
  그곳으로 아주 자그마한 보폭이지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자,

  최성원.



  군대 다녀오겠습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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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ii
  시리아.
  2008년 7월, MFR 14기 여름 리서치를 다녀왔다.

  지난 한 학기를 훈련과 과외로 지내면서 이번 리서치만을 기대하고 기다려왔다. 이번 리서치는 바로, '돈'이라는 나의 현실적인 문제 앞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정면으로 부딪혀서 하나님의 역사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에게 주어지는 또 하나의 Test 였다.

  그렇게 시작한 나의 두번째 아웃리치, MFR 14th 훈련팀 - 시리아에 있는 이슬람 소수종파, 알라위 종파 리서치. 시작부터 그리 순탄한 여정이 아니었다.

  나는 이 훈련을 받으면서 한 가지만큼은 확실히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리더십을 향한 순종'이다. 지난 06년 여름 비전팀 7th 아웃리치를 다녀오고나서 내 안에 '참 순종'이 없음을 깨달은 바가 있었다. 나때문에 고생했을 섬김이 형님들이 생각났기에 처음 이 훈련을 시작할 때에 반드시 이것만큼은 지키리라 다짐했던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있던 나에게, 문제는 공동체 지체 중 한 자매가 갈 수 있는가 없는가로 시작되었다. 그 자매는 사실 거의 초신자인 자매로 이 공동체에 처음 들어올 때 인터뷰에서 주님을 영접했다고 들었다. 해서인지, 아님, 그냥 단순히 어려서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학기 중의 훈련에서 참 성숙치 못한 모습들을 많이 보았다. 많은 훈련 프로그램 가운데 늦게 오든지 안오든지... 실제로 이번학기, 실로 어려움 중에 훈련받는다고 생각하고 있던 몇몇 다른 지체들은 그 자매로 인해 때로는 힘이 빠질 정도였으니까. 이런 자매가 마침내 아웃리치에 동참할 수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건강의 이유였다. 그 자매는 만성에 가까운 신장염을 앓고 있는데 그것이 다시 재발한 것이다. 부모님께서 걱정하셔서 절대로 보내시지 않는다고 하시니... 결코 가능성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이때 하나님께서 디렉터에게 주셨다는 마음은 참 황당하게도, 이 지체가 너희와 함께 할 것이라는 응답이었다. 공동체는 혼란에 빠졌다. 디렉터는 티켓팅 데드라인이 다가올 때, 총무부장에게 말했다. 일단은 티켓팅을 이 지체의 것까지 하자고.

  이때부터 총무부장의 마음이 참 힘들었을 것이다. 아니, 확신컨데, 분명히 힘들었다. 이 지체가 시리아 가는 것은, 완전히,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다들 판단하고 있을텐데... 여기에 더해,  디렉터와 CR, 간사님에게까지 그러한 마음이 부어졌다고 한다.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세 리더들의 마음이 똑같은 이 상황에서, 안그래도 없는 재정 엄한데(적어도 현재 보기에는...) 버리라고하는 것이다. 총무부장에게는 참 힘든 선택의 기로였을 것이다. 그는 모든 재정을 관리하고 있었고 그 재정의 많은 부분은 선교후원금이었으며... 또한, 그는 책임감을 알았으니까.

  만약 내게 그런 선택의 순간에 있었다면, 난 주저없이 그리하겠다고 말했을 것이다. 이 훈련을 순종의 훈련으로 인식한 나의 태도도 한몫을 했겠지만 사실은 그런 이유보다는...
솔직히, 나는 책임감있게 무언가 맡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그리하겠다고 말했을 것이다.

  어쨌든, 그날 총무부장은 그 지체의 티켓팅을 취소했다. 지극히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 나는 너무너무 마음이 힘들었다.
 
  왜 순종을 안했지?
  내 마음속에는 그를 끊임없이 정죄하고 정죄했다. 내 속에 있는 들보를 보지 못한체... 남의 티끌을 보고 힘들어한 꼴이다. 물론 그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내가 잘한 것도 없다. 마음 속으로도 나는 정죄하지 않았어야 했다.

  이런 순종의 여러 훈련들이 이후에도 계속해서 있었다. 하지만 번번히 내게는 불만족스런 결과를 공동체에서 느껴야했다. 나는 어떠한 심정도 말할 수 없었다. 말하려는 순간, 정죄하는 나 자신을 보면 조금도 선하지 않은ㅡ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을 정죄하려드는 나의 이상한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스스로의 모습에 질려버린 나는 리서치가 끝날즈음에는 일상적인 대화들 외에는, 벙어리였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께서는 어떠한 말씀도 하지 않으셨고 따라서 지혜없는 내 생각으로만 구상된 논리들을 피력하기가 힘들었다. 아니, 못했다. 나는 부르짖었다.





  하나님! 왜 이렇게 침묵하시는 겁니까. 또, 도대체 저를 왜 이렇게 침묵하게 하시는 겁니까. 저는 이제 누구도 탓할 수 없습니다. 누구도 욕할 수 없고, 누구도 정죄할 수 없습니다. 제 모습도 똑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 순종하지 못했던 모습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아는 교만함은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마침내 이 리서치 일정이 끝날 즈음에 하나님께서 딱 한마디 말씀을 하셨다.

  (출애굽기 14:14, NIV) ...중략... you need only to be still.

  아...

  나의 모든 응어리지고 어려웠던 마음들이 조금씩 녹았다. 하나님께서는 나의 가장 필요한 것을 아셨다.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단지 조용히 있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껏 조용하게 있는 법을 훈련한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훈련을 시키신 것이었다. 비록 내 마음이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견디기 힘든 시간들이었을지라도 그것을 대가로 조용히 인내하는 법을 훈련시키시고 가르치신 것이다.





  리서치가 끝나고 수일이 지난 지금, 이번 리서치에 임하면서 겪고 느끼고 떠올렸던 생각들을 조금씩 정리하면서 가장 먼저 이것을 적어둬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해서 이렇게 오늘도 두서없이 적어본다. 벌써 희미해지는 것들이 있다. 빨리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정리해야겠다.
Posted by Neii
  FR 10일합숙 마지막 저녁강의는 '부르심과 보내심'이라는 제목으로 박목사님께서 강의하셨다.

  '5대양 6대주 밟아보고 사역지로!'라는 구호를 제창한 후 말씀 전하기 시작하셨는데... 강의를 쭉 들으면서 드는 생각은 '아, 이분은 뛰어난 동원가의 삶을 사시는 구나!'하는 것이었다. 하나님의 나라가 그의 전부인 삶을 들으면서 참 맘이 뜨거워진 것 같다.

  다만 들으면서 처음에 아쉽게 느껴진 것은 목사님의 가정에 대한 상처였는데... 그분께서는 그것을 사무엘상 30장 13절, 15절의 말씀을 통해서 말씀하셨다.

  "다윗은 하나님의 약속의 통로를 버림받은 자에게서 발견했습니다. 나 또한 이 땅에서는 실패자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런 나를, 세상에서 실패자인 나를 들어서 지금껏 쓰시고 계십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버림받은 자를 통해서 쓰신다'는 말의 의미가 내 속에 새로이 새겨졌다. 그분의 가정에 대한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프고 끔찍한 듯했다.(사모님을 아내라고 말씀하시지 않고 자매라고 말씀하신 것들도 그런 과거의 상처들인 것 같다.) 하지만ㅡ 그것이 목사님의 약점임에는 틀림없고, 또, 그것으로 세상사람들은 실패자라고 하고 실패했다고 손가락질 할지라도 하나님은 그런 목사님을 들어 쓰시고 계시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이다. 하나님께서는 그 목사님을 들어 쓰시고 계셨다. 다른 것이 아니라, 그분의 insight만 봐도 알 수 있다. 오징어 그림을 그려가면서 현대 선교, 21c선교에 대한 흐름을 보여주시며 대단한 도전을 해오시는 목사님의 모습은...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나는 특별히 이 강의의 시간을 통해, 일본에 대한 나의 부르심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일본에 선교사로 보내시기 작정하셨다. 더 상세히는, 일본에 있는 크리스찬들로 하여금 새로이 선교의 도구로 쓰임받도록 선교사를 생산하는 일 가운데 던지실 것이라는 비전을 보여주셨다.

  이전에 2005년 여름에 나를 목회자가 될 것을 보여주셨던 하나님께서 또 다시 2008년 여름 - 3년이 지난 지금 - 에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신 것이다. 이제 내가 가야할 길들이 조금씩 엮기는 기분이다.
  난 왜 목회자의 비전을 주시는 하나님께서 신학교가 아닌 한동대에 오게 하셨는지 자세히 몰랐다. 그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해주시리라는 기도제목의 응답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옳다. 그러나 단지 그것으로는 왜 내가 전산전자를 공부해야하는지 이해될 수 없었다. 이제 조금씩 알아갈 것도 같다. 왜 이런 전산전자 공부를 하게 하시는지, 또, FR의 훈련을 통해 선교의 소망을 갖게 하시는지도... 이것들이 어떻게 쓰일지도... 조금씩은 정리되는 듯하다.

  일본......

  지금까지는 그저 관심있는 몇 나라 중 하나였는데... 이제야 확실한 마음이 든다. 이전보다 더욱더, 더더욱... 일본이 중요하다. 일본이 중요하다. 일본이 중요하다. 난 일본으로 가야한다. 그 때가 언제일지는 알 수 없어도... 보여주신 것이 확실한 것임을 믿고 있다. 그리고 왜 전산전자였는지도... 곧 그 뜻이 잡힐듯하다.



  참으로 이 일들을 행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통로로 쓰여진 목사님을 위해서 생각날 때마다 중보해야겠다. 그리고 목사님께서 주신 파키스탄 돈을 볼 때마다 파키스탄을 위해 3분 중보해야지.

  왠지 언젠가 다시 만날 듯한 분이다. 새롭게 다시 만날 그 때를 기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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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ii
  제일 힘들지만 중요한 시기를 지내고 있다. 단기선교와 군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이 시기...

  몇 일 전에도 글을 썼다시피,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공부도, 해야할 일도, 이 모든 것에 가장 기본인 Basic Life 조차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 삶이 무너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어제는 이런 내가 좀 답답하기까지해서... 집돌이 형님 한분이랑 조용히 맥주나 한잔 했다.

  이렇게 사는 요즘, 내가 되는데로 막 아무렇게 지낸다고 몇몇 사람들에게 고백하면 그들에게 늘 듣는 소리는 '이 시기가 참 중요한 것 같다'는 말들이다.
  MFR 훈련팀 디렉터는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것과 내가 마땅히 해야할 것을 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시험인데, 그 시험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기도 밖에 없다. 같이 기도하자!'며 나를 위로한다.
  집돌이 형님은 어제 한잔하면서 내게 '힘들다며 술 한잔 하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고 하신다.
  또 얼마전에 멘토 형님은 '이 시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너에게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시간일지 몰라도 하루를 천년같이 여기시는 하나님께서 보시기에는 수천년같은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 거다. 지금 이 한 순간이라도 하나님 앞에서 올바로 살아야지' 하시면서 남은 시간들의 중요성을 말해주셨다.

  가만히 혼자서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아아. 하나님께서는 내게 하나님의 시간 천년 천년을 보내게 하시면서... 목빠지시게 내가 주님께 이 순간의 시간조차도 내려놓고, 돌아오기를, 다시 하나님 자신께 드려지기를 원하시고 계신 것이다!

  그래, 주님 안에서 기쁨으로 모든 견딤과 오래 참음에 이르자! (골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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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ii
짧은 시간.. 하고싶은 것은 많은데ㅡ

어느하나 딱 잡아서 할 수가 없다.

남아있는 시간들이 애매해서 그런가?

홈페이지 만드는 것도, 블로깅하는 것도,

알라위에 대해 조사하는 것도, 글쓰는 것도.......

누군가 내 이런 마음을 정리해주고 길을 제시해주었으면 좋겠다.





정말 공부하고 싶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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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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